이화영 "검사가 檢 출신 전관변호사 연결해 진술 회유"… 옥중서신 공개

입력
2024.04.22 15:51
수정
2024.04.22 18: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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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가 연어 먹고 싶다고 하자 배달"
술자리 구체 묘사, 음주 날짜 특정 안 해
서신 제목에 숫자 (1), 추가 폭로 가능성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친필로 쓴 옥중서신. 김광민 변호사 제공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친필로 쓴 옥중서신. 김광민 변호사 제공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검찰청에서 ‘술판 회유’가 있었다는 주장에 이어 검찰이 ‘전관변호사’를 동원해 자신의 마음을 돌려놓으려 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22일 이 전 부지사는 김광민 변호사를 통해 친필로 작성한 A4 2장 분량의 옥중서신을 공개했다. 서신 제목은 ‘이재명 대북송금 조작사건(1)’이다. 번호가 붙어 있는 것으로 봐 추가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서신에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를 A검사(수사 검사)가 연결해 만났다”며 “1313호실 검사의 사적 공간에서 면담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변호사는 ‘검찰 고위직과 약속된 내용’이라고 나를 설득했다”며 “’김성태의 진술을 인정하고 대북송금을 이재명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 진술해 주면 재판을 유리하게 해 주고 주변 수사도 멈출 것을 검찰에 약속했다는 것이다”고 썼다.

논란이 된 음주 회유에 대해선 “김성태(전 쌍방울 그룹 회장)가 (당시)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하자 연어회·회덮밥·국물 요리가 배달됐다. 흰 종이컵에 소주가 따라졌다. 나는 한 모금 입에 대고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며 “교도관 2, 3인이 영상녹화 조사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다만 술자리가 있었던 정확한 날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서신엔 수감자를 계호하는 교도관과 검사 간 갈등 상황이 있었다는 글도 담겼다. “쌍방울 직원들은 거의 매일 검찰청으로 와서 김성태, 방용철(쌍방울 부회장) 수발을 들었다” “‘구치소에 있기 싫다’며 거의 매일 검찰청으로 출정 나가는 김성태 등의 행태를 말리는 교도관과 ‘그냥 두라’고 방조하는 검사와의 충돌도 있었다”는 내용이다.

술자리가 있었던 곳으로 지목된 수원지검 1313호 영상녹화실. 수원지검 제공

술자리가 있었던 곳으로 지목된 수원지검 1313호 영상녹화실. 수원지검 제공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 변호사도 별도 입장문을 통해 “수원지검과 특수한 관계가 있는 해당 전관 변호사는 이화영에게 검찰이 원하는 것과 그에 협조할 경우 대가를 소상히 설명하고 설득했다”며 “해당 변호사의 수원지검 접견 기록과 검찰 출입처 명단 기록으로 확인 가능할 것”이라고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이어 “수원지검이 공개한 2023년 6월 28일, 7월 3일, 7월 5일치 출정기록을 보면 김성태, 방용철, 이화영이 함께 소환됐다”며 “공범 관계인 이들을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검사실에서 소환한 건 매우 큰 문제로 회유·압박이 있었다는 이화영 진술과도 일치한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수원지검은 이날 오후 바로 성명을 내 “해당 변호인으로부터 이화영 피고인과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며 회유는 사실무근임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구치소 접견 내역 확인 결과 김성태가 체포돼 귀국되기 훨씬 전인 2022년 11월 3일 접견 사실이 드러났다. 피고인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드러난 것”이라고 전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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