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비서실장… 대통령에 '노'라 할 자세도 가져라

입력
2024.04.23 04:30
27면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의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의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신임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5선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했다. 언론계와 국회부의장, 이명박 정부 시절 정무수석까지 지낸 '정무형' 비서실장 기용이다. “여야에 두루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소개로 볼 때 압도적 여소야대라는 정치 지형에서 가교 역할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정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임명까지 직접 발표하고,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자들의 질문도 받았다. 그간의 불통 이미지를 씻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정방향과 정책에 국민과 야당을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 대해서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보다 얘기를 좀 많이 들어보려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력 의지를 보인 만큼 정 비서실장이 대화와 소통의 정치를 복원하는 데 역량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 비서실장은 ‘백성을 지모로 속일 수도, 힘으로 누를 수도 없다’는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의 말을 인용하면서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통령께 객관적인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인사문제 등 국정 전반을 두루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이해된다. 대통령의 자세 전환과 함께 견제나 반대 의사도 적극 개진할 수 있는 이른바 ‘레드팀’ 자세를 비서실이 갖지 않고는 하루아침에 국정운영이 바뀔 리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정 비서실장은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안팎으로 어수선한 대통령실 기강을 조속히 바로잡고, 총리와 후속 참모진 인사도 탕평과 소통에 중심을 둔 인사가 기용될 수 있도록 고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야당은 “제1야당 대표에게 무수한 막말과 비난을 쏟아낸 인물”이라며 정 비서실장의 보수적 색채를 들어 “국민 기준에 현저히 떨어지는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치 복원의 가교 역할을 맡은 이상 정 비서실장이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면서 원만한 대야 관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 대통령의 변화와 정 비서실장 임명이 대화정치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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