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운명 걸린 보궐선거서 자민당 열세… '참패'해도 '마이웨이'?

입력
2024.04.22 19: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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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아시히 "시마네 보선 자민당 밀려"
자민당 시마네서 지면 기시다 타격 불가피
재선 의욕 강한 기시다, 지지율 소폭 상승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미일 정상회담 종료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미일 정상회담 종료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일본 집권 자민당이 28일 치러질 중의원(하원) 보궐선거에서 고전 중이라는 현지 언론들의 판세 분석이 나왔다. 자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시마네현 선거구에서도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후보에게 밀린다는 평가다.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을 바라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입장에서는 보선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기시다, 스가 전철 밟을까

2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이 28일 보선에서 유일하게 후보를 낸 시마네 1구에서 니시코리 노리마사 자민당 후보가 가메이 아키코 입헌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마네 1구는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자민당이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텃밭이다. 이번 보선은 시마네 1구, 도쿄 15구, 나가사키 3구 등 총 3곳에서 치러지는데, 이 중 2곳은 자민당 현직 의원이 검찰 수사와 비자금 문제 등으로 물러난 곳이라 공천을 하지 않았다.

요미우리는 지난 19∼21일 보궐 선거구 3곳에서 전화 등으로 정세 조사를 벌인 결과 모두 입헌민주당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 "자체 조사 결과 가메이 후보는 입헌민주당 지지층의 90%, 일본유신회 지지층 70%, 무당파 40%의 지지를 얻었다"고 전했다. 무당파 유권자 중 니시코리 후보를 지지한 경우는 10%에 그쳤다. 가메이 후보가 무당파는 물론 입헌민주당과 정치성향이 다른 보수성향 유신회 지지층까지 흡수했을 정도로 '자민당 심판' 정서가 강하게 드러난 셈이다. 아사히도 자체 정세 조사에서 "가메이 후보는 입헌민주당 지지층 대부분, 무당파의 70%가 지지했다"고 전했다.

당시 일본 총리였던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2021년 8월 25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당시 일본 총리였던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2021년 8월 25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시마네 1구는 향후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결정할 중요한 선거구다.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기시다 총리의 재선 가능성도 달라져서다. 산케이신문은 "자민당이 시마네에서 야당 후보에게 질 경우 보선 3곳 전패로, 기시다 총리의 정권 운영은 더욱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자민당이 시마네에서 질 경우 기시다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가 전 총리는 지지율이 급락하던 2021년 4월 치러진 중·참의원 보선에서 전패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는 당내 입지가 좁아지자 9월 초 총재 선거 불출마를 표명했다.

"총리 관저서 '선거 져도 영향 없어' 목소리도"

그러나 기시다 총리가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재선 도전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산케이는 "총리 관저에서 '모든 선거구에서 져도 당장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자민당의 지지율 추락을 부추긴 '자민당 계파 비자금 사건'은 기시다 총리 개인의 비리가 아닌 당 전체 문제로, 총리직에서 내려오게 할 명분으로는 약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후 지지율이 반등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0, 21일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22%로, 지난달(17%)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매체 조사에서 지지율이 20%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3개월 만이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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