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찾은 블링컨에 "미중, 적 아닌 파트너 돼야"

입력
2024.04.26 20:00
수정
2024.04.27 00:3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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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AI 회담 개최… 고위급·군사 교류 유지키로
"양국 소통 노력에도 핵심 현안에선 입장차"
블링컨 "대(對)러 지원·대만·남중국해 우려" 전달
시 주석 면담 전 만난 왕이 "미, 내정 간섭 말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10개월 만이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10개월 만이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손잡았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한 것이다.

양국은 조만간 인공지능(AI)에 대한 첫 공식 회담을 갖고, 고위급·군대 간 교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문화 교류도 확대한다. 다만 중국의 대(對)러시아 지원, 대만과 남중국해, 인권, 펜타닐 등 민감한 현안을 둘러싼 입장차는 좁히지 못했다.

26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링컨 장관을 만나 "중국과 미국은 적이 아닌 파트너가 돼야 한다"며 "차이는 인정하되 공통점을 찾고 악의적인 경쟁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간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더 노력할 여지가 있다"고 말해, 미국과 중국이 갈등 속에서도 양국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시 주석과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나 최근 군사 통신과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에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해당 의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의사소통 라인을 유지하고 강화해 우리의 차이점을 책임감 있게 처리해 잘못된 의사소통, 오해, 오판을 피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하고 있다. 상석에 앉은 시 주석이 마치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구도로 자리가 배치됐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하고 있다. 상석에 앉은 시 주석이 마치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구도로 자리가 배치됐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다만 시 주석과 블링컨 장관이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음에도 대만 문제와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 남중국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 핵심 현안에서는 이견만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관련한 미국의 우려를 시 주석에게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방위 산업 기반을 돕는 것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안보를 위협한다"며 "유럽국가들에 대한 안전 보장은 미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 주석과의 회담에 앞서 만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블링컨 장관에게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5시간 30분가량 이어진 회동에서 왕 부장은 "중국의 정당한 발전 권리가 부당하게 억압당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이 끊임없이 도전받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의 내정에 간섭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은 한반도 내 추가 긴장 고조를 막을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측에 "북한이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고 대화에 관여하도록 압박할 것"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위험한 행동은 잇따른 탄도미사일 실험과 대남 위협 언사 등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번 회동은) 무역과 국가 안보 등을 두고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양국이 소통의 문을 열어두려는 최근의 노력이었다"면서도 "두 나라를 하나로 묶는 요인보다 갈라 놓는 요인이 더 많아 보인다"고 짚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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