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에 '보복 관세' 안긴 중국, 머스크엔 '완전자율주행' 선물

입력
2024.04.29 16:00
수정
2024.04.29 16: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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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깜짝 방중, 2인자 리창 총리와 회동
외자 기업에 유화 제스처 던지며 협력 강조
미 정부에는 '보복 관세' 맞불...갈라치기 전략

중국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8일 베이징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8일 베이징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중국 내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출시'라는 '깜짝 선물'을 안겼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는 '보복 관세 부과 법안'으로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상반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전용기 편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국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났다.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깜짝 방중이었다.

리창 "테슬라는 중미 협력의 성공적 사례"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테슬라의 중국 내 발전은 중미(미중) 간 경제·무역 협력의 성공적 사례"라고 치켜세우며 "평등 협력과 호혜만이 양국의 근본 이익에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170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했으며, 2019년 완공된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테슬라의 최대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중국과 협력을 심화하고 더 많은 호혜적 성과를 얻을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중국 당국은 머스크의 방중에 맞춰 테슬라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안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렸다.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이날 발표한 '자동차 데이터 처리 4항 안전 요구 검사 상황 통지'에서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테슬라 차종(모델3·모델Y)이 모두 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자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동차 데이터 안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이 나긴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는 FSD 개발에 필요한 알고리즘 훈련을 위해 '중국에서 수집한 데이터의 해외 이전' 승인을 중국에 요구해 왔다. 지난 수년간 승인이 지연되며 FSD 소프트웨어 중국 출시 또한 미뤄져 왔다. 이번 방중으로 FDS 출시를 위한 최소 요건은 마련한 셈이다.

고율 관세 예고한 미국에는 "이에는 이" 맞불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노사두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주 보고 있다. 노사두아=AFP 연합뉴스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노사두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주 보고 있다. 노사두아=AFP 연합뉴스

'국가 안보'를 앞세워 자국 정보 유출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해 온 중국의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다. 중국은 2021년 중국에서 수집된 데이터의 외국 반출 차단을 골자로 한 데이터보안법을 제정했고, 지난해 7월엔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반(反)간첩법 개정안을 시행, 외국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은 테슬라를 향한 유화적 제스처를 통해 '여전히 외자 기업을 존중·지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러나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을 향해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중국 제14기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는 오는 12월부터 적용될 새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 제17조는 중국과 특혜무역협정(PTA)을 체결한 시장(국가)이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7일 중국 해운·물류·조선업을 겨냥해 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를 발표했다. 무역법 301조는 교역 대상국이 무역협정을 위반하거나 미국의 이익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고율 관세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중국의 새 법은 무역법 301조에 대한 맞불 격인 셈이다. 미 정부 차원의 경제적 압박에 대해선 강하게 대응하되, 중국 시장에 친화적인 외자 기업에는 힘을 실어주겠다는 일종의 '갈라치기'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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