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근육 두꺼운 '비후성 심근병증', 젊은이 급성 심장사 주원인

입력
2024.04.2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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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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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후성(肥厚性) 심근병증'은 심장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젊은 나이 급성 심장사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최근 국내 유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아직 발견되지 않은 환자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고혈압 등 심장 심실에 부하 발생 조건 없이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좌심실의 여러 부위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심실 중격이 두꺼워지면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을 보내는 ‘좌심실 유출로’가 좁아져 실신하거나 극심한 흉통 등이 생길 수 있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유연성이 떨어져 움직이면 숨이 차는 호흡곤란이 발생하고 부정맥(不整脈)도 빈발할 수 있다.

문인기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비후성 심근병증은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 심장사가 발생하거나 심부전(心不全)이 악화할 수 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0년 0.016% 발생했는데 2016년 0.03%로 상당히 증가했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적절한 관리를 위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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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구에 따르면,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의 40~60%에서 심장 횡문근 관련 유전자 변이가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유전적 대사 및 신경근 질환, 염색체 이상, 유전 증후군 등 다른 유전적 원인이 알려졌다.

문인기 교수는 “유전적 원인이 가장 흔하지만, 동양권에서 많이 발견되는 심첨부 비후성 심근병증은 유전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명했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 초음파검사를 통해 비후된 심근을 확인하여 진단하며, 심전도와 심장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이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비후성 심근병증 치료는 심근병증 형태에 따라 다르게 접근한다. 좌심실 유출로 협착이 있는 경우 심근 절제술이나 두꺼워진 부위 심근을 괴사시키는 시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 밖에 비후성 심근병증 관련 부정맥 및 심부전이 발생했다면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치료를 하거나, 급성 심장사를 예방하기 위해 ‘삽입형 제세동기(AED) 시술’을 할 수 있다.

문인기 교수는 “최근에는 수술·시술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심근 세포 수축력을 감소시켜 증상을 호전시키는 약제가 소수 환자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일부 환자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심장 초음파검사로 대상자를 면밀하게 추려 적합한 환자에게만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고 했다.

비후성 심근병증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이 도움이 된다. 여러 연구를 통해 운동이 비후성 심근병증 예후(치료 경과)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좌심실 유출로 폐색이 있는 환자는 운동을 제한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심부전, 부정맥이 잘 동반되기에 짜게 먹지 않고 금연·금주를 하는 게 좋다.

유전성 질환이므로 환자들이 두려움을 갖기 쉽다. 그러나 진단됐다 하더라도 반드시 유전되는 건 아니며 유전 이상이 있더라도 심근 비후가 발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문인기 교수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비후성 심근병증이 없는 일반인과 유사한 생존율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기에 조기 진단 및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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