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보네트워크의 동남아 거점, 필리핀

입력
2024.05.03 04:30
수정
2024.05.03 17:02
27면

동남아·오세아니아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리는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리는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필리핀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필리핀이 미국 등 역내·외 국가와의 안보협력을 급속히 증진하고 있다. 2024년 4월 7일 미국·일본·호주·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해상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같은 달 12일에는 미국, 일본, 필리핀이 최초로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3국은 내년에 남중국해 공동 순찰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는데, 호주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22일 개시된 미국과 필리핀의 연례 군사훈련인 '발리카탄'은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되고 있다. 호주와 프랑스도 정식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과 인도 등 14국이 '참관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필리핀과 일본이 양국 군대의 '상호접근협정' 체결을 협상 중인 가운데, 필리핀은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과도 유사한 협상을 곧 개시할 예정이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4월 19일 선거 유세 중 필리핀에 초음속 대함 순항미사일 '브라모스'를 수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봉봉 마르코스 정부의 위와 같은 행보는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와 비교하면 급격한 변화이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중시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친중 행보를 보였다. 이에 반해 마르코스 정부는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필리핀의 위상을 의도적으로 높이고 있다.

미국은 필리핀 내에서 군사적 교두보를 확보하여 중국과 대만의 양안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는 필리핀이 2023년 2월에 기존의 5개 군사기지 외에 추가로 4개를 미국에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냉전시대처럼 필리핀을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의 동남아시아 거점으로 삼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에는 일본, 인도양에는 인도, 남태평양에는 호주가 주요 거점이다. 하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의 한가운데 있는 동남아시아에는 뚜렷한 거점 국가가 아직 없다. 미국은 경제적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이 2022년 6월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한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을 발족했는데 미국, 일본, 필리핀 정상회담에서 3국은 PGI의 인도·태평양 대상 첫 번째 사업으로 필리핀 '루손 경제회랑' 계획을 발표했다.

마르코스 정부의 미국 친화적 안보 행보는 지속할 전망이다. 그러나 필리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마르코스 대통령의 반목이 갚어지고 있다. 필리핀 국내 정치가 향후 필리핀이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의 동남아 거점이 될지를 가늠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재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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