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번식장 동물 사고파는 불법의 온상, “경매장, 폐쇄하라”

동물권행동 카라 경매장서 기자회견

동물권행동 카라가 충남 보령시 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한 개. 카라 제공

"불법 번식장 동물 거래해 온 반려동물 경매장을 폐쇄하라."

동물권행동 카라는 3일 오후 대전 유성구 갑동의 한 반려동물 경매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번식장 동물을 거래하고, 허가 번식장 명의를 도용해 이득을 취해온 경매장들을 폐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경매장 2곳은 한 대학 반려동물학과 교수인 홍모씨가 운영해 왔으며, 논란이 커지자 홍씨는 최근 교수직에서 파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라는 지난달 말 KK9레스큐, 코리안독스, 유엄빠와 충남 보령시의 무허가 번식장 2곳에서 총 478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카라는 이 무허가 번식장에서 태어난 개들이 홍씨가 운영하는 대전과 천안의 경매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정황을 확인하고 조사에 나섰다.

충남 보령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던 개들의 모습. 카라 제공

카라는 경매장 2곳에서 불법 번식장 동물뿐 아니라 허가 번식장 명의를 도용한 불법 번식장의 동물을 거래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 대전 경매장의 운영법인인 K갤러리는 동물판매업자로만 등록돼 있을 뿐 동물생산업에는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경매장에서 동물을 판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카라는 경매장과 불법 번식장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대전 유성경찰서에 고발했다.

카라에 따르면 경매장 2곳의 12개 경매전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경매장에서 거래된 번식업체 중 22%가 허가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또 이들의 동물 거래 비율은 최소 15%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홍씨는 이번에 문제가 된 2곳 이외에도 전국에 총 7개의 경매장과 펫숍을 운영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사단법인인 반려동물협회의 등기이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3일 오후 대전 유성구의 한 반려동물 경매장 앞에서 경매장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들의 모습이 피켓에 인쇄돼 있다. 대전=연합뉴스

동물권행동 카라 등 시민단체들이 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유성동양경매장 앞에서 반려동물 경매장을 폐쇄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대전=뉴시스

한편 전국에 있는 경매장은 총 18개로 수도권에 9개, 충청권·영남권에 각각 4개, 호남권에 1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업에서 경매 수수료는 마리당 11%로, 동물을 더 많이 판매할수록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라 무허가 번식업자들과 결탁하게 된다는 게 카라 측의 설명이다.

김현지 카라 정책실장은 "이번에 드러난 경매장 문제는 경매장의 지위를 이용해 불법 번식장에서 생산된 개들의 판매를 돕고 이 과정에서 사문서를 위조하는 등 불법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다"며 "정부는 경매장 전수조사를 통해 무허가 번식업자와 결탁한 경매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