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담화에 의사들 "전공의 이제 안 돌아온다" 냉소

입력
2024.04.01 18:20
수정
2024.04.01 22: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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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비대위 "집단행동 계속할 것"
의협 차기 회장 "입장 없음이 공식 입장"
전의교협은 "의료계 대안 마련 가능"

김성근 의협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2천 명 의대 증원의 필요성과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피력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근 의협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2천 명 의대 증원의 필요성과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피력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2,000명 증원' 당위성을 강조하고 의료계에 통일된 대안 마련을 요구하자, 의사계는 의정 갈등을 타개할 새로운 제안 없이 정부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평가절하했다. 굳이 반박하지 않겠다거나 이번 담화로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식의 냉소적 반응도 적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이 이날 오후 "2,000명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며 윤 대통령 담화보다 전향적 입장을 내고 의료계에 조정안 제시를 요청하면서 의사 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날 방재승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윤 대통령 담화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전공의들이 안 돌아오면 한국 의료는 망하는데 오늘 담화문 때문에 이제는 복귀하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저항하겠지만 이제는 앞이 안 보인다"며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진료시간 축소 등 단체 차원의 집단행동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브리핑에서 "의정 대치 상황이 해결될 실마리가 제시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전의 정부 발표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대통령 담화를 비판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담화 내용에 대한 반박은 의협이 그간 꾸준히 설명해왔기 때문에 추가로 덧붙이진 않겠다"며 "2,000명 숫자에 대한 후퇴가 없으면 사회적 협의체 등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입장이 없음'이 공식 입장"이라며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대통령 담화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피하면서도 의정 갈등 장기화를 우려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대의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로, 20개 의대의 교수 비대위로 결성된 전의비와 별개 조직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의대 증원 처분 취소 관련 행정소송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장기간 현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오후 7시 온라인 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이날 저녁 KBS에 출연해 "2,000명 숫자가 절대적 수치란 입장은 아니며, (의료계가) 합리적 조정안을 제시해주면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며 정부 기류 변화를 보여준 것에 대해 의사단체 반응은 즉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전의교협은 성 실장 발언에 앞서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계에서 '통일된 안'을 내는 것은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며 전의교협,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가 계속 의료계 대안을 논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그러나 전공의, 의대 교수, 개원의 입장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의사계가 대안 마련과 대정부 협상 참여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와 의사 모두를 비판하며 의료 정상화 노력을 촉구했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노조 소속 16개 병원 지부 등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이 자리를 비워 수련병원은 병상가동률이 30~50%, 수술 건수가 절반으로 감소했고, 병원 손실이 커지면서 수백 명의 간호사가 무급휴가에 몰렸다"고 지적하면서 전공의 즉각 복귀, 의대 교수 집단사표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의료개혁을 하겠다며 2,000명이라는 숫자에만 집착한다"며 의정뿐 아니라 환자, 병원노동자, 시민대표까지 참여한 사회적 대화를 요구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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