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에 3년간 20번 넘게 민원·소송한 학부모… 교사 대신 교육청이 고발

입력
2024.04.19 04:30
수정
2024.04.19 07:23

'교원보호 특별법' 근거, 전북교육청 대리 고발
"계속된 진정고소 교육 현장 피해 심각" 판단

전북특별자치교육청 전경. 전북교육청 제공.

전북특별자치교육청 전경. 전북교육청 제공.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교육 활동을 침해한 학부모를 교사 대신 경찰에 고발했다.

전북교육청은 서거석 교육감이 학부모 A씨를 공무집행방해·무고·상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전주덕진경찰서에 대리 고발했다고 18일 밝혔다. 대리 고발은 교권침해 행위 시 피해 교원 보호를 위해 교육감이 고발할 수 있도록 한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근거한 것이다. 이 조항이 만들어진 지난해 9월 이후 6개 시도교육청에서 15건의 대리 고발이 이뤄졌으며 전북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억상실, 우울증 증세 호소한 교사

전북교육청이 최초로 대리 고발에 나선 건 A씨가 오랜 기간에 걸쳐 교육활동을 침해해 담임교사 뿐 아니라 교육 현장에 큰 피해를 끼쳤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건은 202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A씨 자녀는 수업시간에 생수 페트병을 갖고 놀면서 소란을 피웠다. 이를 본 B교사는 생수병을 뺏고 학급 규칙에 따라 A씨 자녀 이름표를 칠판에 적힌 ‘레드카드’에 붙인 뒤 방과 후 14분간 교실 청소를 시켰다. A씨는 이때부터 “자녀를 학대했다”며 교감에게 담임교사 교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학교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B교사에게 장기간 휴가를 내라고 권유했다. 계속된 민원에 시달린 B교사는 기억상실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고, 우울증 증세까지 호소했다.

견디다 못한 B교사는 학교에 교권침해 신고서를 제출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교권침해가 인정된다고 보고 A씨에게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교권침해가 맞다”고 했으나 2심 재판부는 “레드카드 제도는 부적절하고, 청소 노동까지 부과하는 건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 행위가 분명하다”며 학부모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시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교육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며 교권침해를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교사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에 B교사는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교사의 행위를 훈육으로 볼 여지가 있고,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할 정도로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B교사의 청구를 인용했다. 기소유예 처분이 부당하다는 결정이 나온 것이다.

학부모 또 고소, 교육 당국 대리 고발 결정

작년 7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2030 청년위원회를 비롯한 교사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실질적인 교권보호 대책 마련 및 교권침해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엄. 한국일보 자료사진

작년 7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2030 청년위원회를 비롯한 교사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실질적인 교권보호 대책 마련 및 교권침해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엄.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A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B교사를 허위공문서작성·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고소한 데 이어 올해 2월엔 학교 폭력 가해자로 다시 전주교육지원청에 신고했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A씨의 계속된 민원과 소송이 무분별하고 악의적이라고 판단해 지난 17일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교육감의 대리 고발을 의결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A씨가 B교사를 상대로 민원·진정·소송 등을 제기한 횟수만 총 20차례에 달한다”며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할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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