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위축에 머리 싸맨 정부, 금리 동결로 시간 벌었다

입력
2023.02.24 16:00
수정
2023.02.24 16: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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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반겼던 정부, 동결에 안도 기류
정부, 고물가 여전해 소극적인 부양책 활용
금리 인하 두고 정부-한은 입장 차 커질 전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가라앉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 마련에 머리를 싸맨 정부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다소 시간을 벌었다. 경기 위축이 올해 상반기에 집중될 전망이라 기준금리가 추가로 올랐다면 실물경제는 그만큼 더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는 23일 기준금리를 직전과 같은 3.5%로 묶었다. 한은 금통위가 1년 넘게 0.5%를 유지했던 기준금리는 2021년 8월 0.75%로 인상한 이후, 지난달 3.5%까지 숨 가쁘게 올랐다. 급증하는 가계빚을 완화하기 위해 출발한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해 물가가 크게 뛰면서 더욱 가파르게 오르다가 멈췄다.

지난해만 해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을 반겼던 정부는 이번 동결에 안도하는 기류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가뜩이나 내려가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어서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 비용을 높여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개인 소비도 줄이는 등 경제에 부정적이다.

주요 경제 지표는 올해 들어 더 악화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은 지난달 462억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6% 줄었다. 4개월 연속 감소세인 수출 부진은 이번 달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1월부터 50일 동안의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186억 달러 적자로, 벌써 지난해 무역적자 474억6,700만 달러의 39%에 달한다.

경기 하강이 본격화하자 지난해 고물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던 정부의 정책 방향도 점차 경기 회복으로 이동하고 있다. '물가 안정이 확립될 때'라는 조건을 붙이긴 했지만 "서서히 경기 문제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으로 가게 된다"고 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10일 발언이 대표적이다.

추경호(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24일 원스톱수출·수주지원단, 신성장전략기획추진단을 출범한 것도 경기 대응을 위해서다. 두 조직은 수출 회복과 새로운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임시 조직으로 꾸려졌다. 정부는 또 경기 방어 차원에서 상반기 재정 투입 규모를 기존 340조 원에서 383조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인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선을 긋고 있다.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렸다간 자칫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주재한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물가가 아직 5%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부진 등에 따른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는 물가·고용 안정, 수출·투자 활력 제고 등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물가도 제어해야 하는 만큼, 당장은 소극적인 경기 회복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3.75%로 추가 인상할 여지를 둔 점도 부담이다. 기준금리가 높아질수록 경기 회복 역시 늦춰질 수 있어서다. 이에 일각에선 앞으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놓고 정부와 한은 간 '물밑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한은은 지난해 물가 억제라는 공동 목표 아래 기준금리 인상에 한뜻이었다"며 "하지만 올해 경제가 나빠지고 있어 경기 회복 수단 중 하나인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두고 정부와 한은의 입장은 점점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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